박사학위 수료 상태라, 학교홈페이지에 글을 올릴 수가 없어, 같은 실험실에 있는 후배 대학원생의 아이디를 빌려 글을 올립니다.

총장님께 드리는 글

저는 식물자원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8학기차 대학원생입니다.
학교에서 온실을 강제로 이전 시킬 수도 있다는 소문을 듣고 불안한 마음에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저는 ‘바위솔의 개화 및 휴면생리 규명‘이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실험 특성상 대부분의 실험이 교내 온실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매일 온실에 가서 온실 환경을 체크하고, 식물들을 관찰합니다.
또, 주기적으로 물도 주고, 농약도 칩니다. 그리고 실험 중간 중간 식물들의 생육상태를 측정하기 합니다. 식물들의 생육상태를 측정할 때는 온실 내에서 식물들을 측정 할 수 없어, 저희 실험실이 있는 곳 까지 가져와야만 합니다. 아마 밀짚모자를 쓰고 리어카에 식물을 싣고 왔다 갔다 하는 저를 총장님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차에 싣고 운반 할 경우, 식물이 다 망가져 실험을 망쳐 버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리어카에 식물을 싣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운반 하고 있는 겁니다. 저의 이런 상황에서 온실 이전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학교홈피 열린총장실에 글을 올릴 생각으로 홈피를 방문했다가, 우리학과 학부생이 올린 글에 대한 학교측의 답신을 읽게 되었습니다. 대형 행사 시 주차장 부족으로 학교를 방문하시는 분들의 불편이 극에 달한다고 하셨는데... 만일 우리 온실이 종합농장으로 이전했을 때, 저를 비룻한 우리 원예학과 학생들이 겪게 될 불편함은 생각해 보셨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식물재료 특성상 매일 하루에 한번은 식물을 관리하거나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는데, 우리는 어떻게 매일 종합농장까지 왔다갔다 해야하는지요? 어쩌다 방문하는 외부 사람의 불편은 중요하고 저 같이 등록금 내고 학위를 마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 까지 고생하고 있는 학생들의 불편함은 아무것도 아닌지? 여쭙고 싶습니다.

제가 수행하고 있는 실험은 재배환경이 아주 중요합니다. 식물은 환경의 영향(광, 온도, 습도)을 많이 받습니다. 같은 온실 안이라도 어떤 위치에 식물을 놓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특히 제가 실험중인 바위솔의 경우, 환경적인 영향으로 개화와 휴면이 결정됩니다. 한창 실험 중에 있는 식물을 환경이 완전히 다른 장소로 식물을 옮긴다면 그 결과는 엉망이 될 것이며, 여태껏 4년 동안 땀 흘린 제 노력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온실을 이전하게 하게 되면 차로 식물을 옮기게 될텐데, 그렇게 되면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물리적인 손상을 입게 되어 제대로 된 데이터를 얻을 수 없습니다. 만약 온실 이전이 강행됨으로써 제 실험이 엉망이 되어 박사학위 취득을 못하게 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게 되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총장님,
정부 연구과제에 참여하고 있고 학위논문을 쓰고 있는 대학원생으로서
총장님께 머리 숙여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온실 이전이 강행되어 제 학위취득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지난 4년 동안의 노력이 허사가 되고 제 인생 계획이 뿌리째 흔들리거나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온실 이전 계획을 재검토해 주실 것을 간절히 부탁드리겠습니다.